2008년 10월 21일
사람들은 실제로 심장이 터져서 죽어버린다는 말을 난 믿어.
다들 떠나간 사무실에서 익스플로러 주소창에 주소를 입력하다 깨달았는데.
나는 키보드 자판의 한글과 알파벳 사이를 헤메고 있었다.
모음 ㅇ을 입력해야 할 자리에 알파벳 o를 입력하고,
알파벳 t를 누르는 대신 자음 ㅌ을 누르는 형국이라니.
아직 모음 ㅏ 대신에 a를 누르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지만.
요즘들어 부쩍 기억나지 않는 고유명사에 대한 며칠 전 밤의 대화를 떠올리며.
나의 뇌기능에 대한 회의적 접근을 시도하다.
잠시 멍해져서 담배를 한대 피우다 문득 생각했다.
아, 가을이구나.
가을을 알고, 지난 여름을 떠올렸다.
끈적끈적한 땀으로 뒤덮힌 채 낮부터 술을 마시고 널부러져 있던 기억과.
꿈에서밖에 누린 적이 없던 행복을 들이마시던 순간들.
빛나는 순간들은 다른 모든 것들을 더욱 비루하게 만드는 법이라.
나의 지난 여름은 어느 새 쓸쓸해져버렸다.
아, 쓸쓸한 여름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건 아니고.
그러니까 가을인데.
뭐라도 읽고, 뭐라도 듣고, 뭐라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.
아무 대책없이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는 것이 핵심.
다들 빨간 목도리 하나씩 장만하고.
옆구리엔 까뮈나 폴 오스터라도 하나씩 끼고.
그러니까.
나의 특기인 중언부언을 하자면.
가슴이 뛴다는 말이며.
죽어버린 것이 살아난다는 말이 된다.
가을이라서.
혹은 다른 무엇때문이라도.
# by | 2008/10/21 17:49 | 트랙백 | 덧글(0)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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